"어차피 서울은 무리" 경기·외곽으로 번지는 불장

강남 3구와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서울 핵심지의 초고가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수요자들이 주변부로 눈을 돌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수도권 전역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서울 핵심 지역의 가격 상승 압력이 경기 주요 지역 등 주변부로 급격히 전이되고 있다며 주택 시장의 변화를 예리하게 진단했다. 특히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15억 원 이하 주택 거래 비중이 1년 사이 9%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는 핵심 뇌관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와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2일 국회에 제출한 2026년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 거래의 지형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해 3월 전체 거래의 88.6%를 차지했던 15억 원 이하 주택 비중은 올해 1월 기준 96.2%까지 확대됐다. 이는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시장의 거래 중심축이 초고가 주택에서 중저가 주택으로 급격히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서울 핵심지의 높은 가격 부담을 견디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의 주요 단지로 눈을 돌리면서 상승 압력이 전이되는 뚜렷한 풍선효과가 포착된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가계부채 관리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15억 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주택은 대출 규제가 매우 엄격하거나 구매자의 자기자본 비율이 높아 실제로 가계대출을 유발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15억 원 이하 주택은 실질적인 대출 이용 비중이 매우 높아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가계부채 전체 규모를 직접적으로 밀어 올리는 강력한 상방 리스크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이 이번 보고서에서 중저가 주택 거래 확대를 가계대출의 핵심 위험 요인으로 지목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여기에 수도권 전세 가격의 지속적인 오름세가 매매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신규 입주 물량이 축소된 상황에서 전세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자 전세살이에 부담을 느낀 이들이 차라리 집을 사자는 쪽으로 돌아서며 대출 압력을 키우고 있다.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을 밀어 올리고 다시 매매 수요가 대출을 유발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시장의 과열을 억제하는 강력한 하방 리스크도 공존하고 있어 향후 추이는 안갯속이다. 최근 시장 금리가 상승하면서 가계 대출 금리 역시 추가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2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전월 대비 0.15%포인트 상승하며 가계의 차입 수요를 직접적으로 제약하고 있다. 아무리 집을 사고 싶어도 높아진 이자 부담 때문에 선뜻 대출을 일으키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정책적인 변화 역시 주택 시장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다. 오는 5월 9일로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 매물이 시장에 대거 쏟아지고 있다.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공급이 늘어난 데다 지난 1월 발표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영향으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2월 들어 일부 꺾이는 모습이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시장의 심리를 일정 부분 억제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일관된 정책 추진으로 상승 기대가 다소 약화되기는 했으나 이것이 주택 시장과 가계부채의 완전한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수도권으로의 지나친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부동산 시장으로만 신용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구조 개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여 가계부채 증가세를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덧붙였다.

 

수도권 주택 시장의 풍선효과와 대출 뇌관으로 지목된 15억 이하 주택의 거래 폭증은 당분간 경제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에게는 높아진 금리와 쏟아지는 매물 사이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은행이 던진 경고장이 실제 주택 시장의 하향 안정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과열의 서막이 될지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