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데 소비쿠폰은 뿌려라?... 부산 16개 구·군 '예산 쓰나미' 직면

 오는 21일부터 전국민에게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두고 부산시와 16개 구·군이 예산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시는 약 320만 명의 시민에게 총 6455억 원 규모의 소비쿠폰을 지급할 예정이며, 이 중 10%인 645억 원을 지방비로 부담해야 한다.

 

부산시는 지난 14일 각 구·군에 지방비 645억 원을 5 대 5 비율로 분담하자고 제안했으나, 현재까지 이를 공식적으로 수락한 구·군은 없는 상황이다. 시의 요청대로라면 각 구·군은 평균 20억 원대의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구·군은 예비비가 부족하거나 빠듯한 상태라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부산 중구청의 경우 남은 예비비가 약 11억 원에 불과해 소비쿠폰 재원으로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하반기에 긴급하게 사용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인구가 많은 지자체는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운대구는 1차와 2차 쿠폰 지급을 합쳐 총 53억 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예비비는 1억 5000만 원에 불과하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구민 수가 많아 다른 구들보다 3~4배 많은 예산이 필요하며, 축소하거나 미룰 수 있는 기존 사업도 없다"고 토로했다.

 

지방채 발행도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영도구청 관계자는 "지방채를 발행해도 상환할 여력이 없어 고려한 적이 없다"며 "부산시에 분담금 비율 조정을 요청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도와 시·군이 5대 5로 분담하기로 했으나, 원주시는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예산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재원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의 경우 시와 기초지자체가 6대 4로 부담하기로 했으나, 기초지자체에서는 분담 비율을 10% 더 낮춰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 역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돌려막기' 형태로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달 카드사를 통한 소비쿠폰 사용 금액은 정부가 선지급한 5810억 원으로 충당하고, 다음 달 시의회 임시회를 통해 약 966억 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 금액은 1차 지급에 필요한 지방비 645억 원과 2차 소비쿠폰 지급 예상 금액을 합한 것이다.

 

2차 지급은 9월 2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진행되며, 건강보험료 기준 상위 10%를 제외한 모든 시민에게 1인당 10만 원이 추가 지급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예비비 활용이나 지방채 발행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열악한 지방 재정에서 어떤 결정도 쉽지 않다"며 구청장·군수협의회에서 분담 비율을 확정한 후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을 신속히 논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