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여기서 해!" 통보에... 文 측 "국민께 맡깁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현복 부장판사)는 17일 열린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의 특정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첫 공판 준비 기일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두 피고인이 이른바 대향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판결로 합일 확정될 필요가 있다"며 이송 신청 기각 사유를 밝혔다. 대향범이란 서로 대향하는 행위, 즉 한쪽의 행위가 다른 쪽의 행위를 전제로 하는 관계에 있는 범죄를 의미한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건의 특성상 공동으로 재판하여 통일적인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울산지법이나 전주지법으로 사건을 이송하더라도 신청 목적 달성이 어렵고 실효성이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거주지 관할 법원으로 이송하더라도 사건의 복잡성이나 관련 당사자 등을 고려할 때 재판 진행의 효율성이나 목적 달성에 큰 이득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더불어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하는 것이 "언론 접근성 등에 비춰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에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사건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을 고려할 때, 언론의 접근이 용이한 서울중앙지법이 재판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판부는 이송 신청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 측은 거주지인 울산지법으로, 이 전 의원 측은 전주지법으로 사건을 이송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형사소송법상 토지관할은 범죄지, 피고인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한 신청이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이송 신청 당시 "고령인 문 전 대통령이 왕복 8~10시간이 걸리는 서울까지 이동하는 데 큰 부담이 따른다"며 "경호 인력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사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데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한 것은 순전히 서울에 거주하는 다수 검사를 투입하기 위한 검찰의 편의 때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검찰의 기소 결정이 피고인의 편의보다는 수사 기관의 편의에 맞춰졌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해석된다.
재판부가 관할 이전 신청을 기각하고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상직 전 의원에 이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상직 전 의원은 이미 6월 2일 국민참여재판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였으며, 만약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될 경우 일반 시민들이 배심원으로 참여하여 유무죄 평결과 양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게 되고, 재판부는 이를 존중하여 판결을 내리게 된다.
이번 재판부의 결정으로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에 대한 뇌물 혐의 재판은 당초 기소된 서울중앙지법에서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양측의 공방과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 등이 주목된다.